‘서울대=고시’는 옛말, 벤처 요람을 꿈꾼다


지난해 3월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워크숍(GSW·Global Startup Workshop)에 3명의 한국학생이 행사장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1998년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처음 열린 GSW는 창업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워크숍이다.

이들은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청년창업의 요람이 될 한국이 내년 개최지가 돼야 한다”며 설득했다. 주최자인 메사추세츠공대(MIT)는 지난해 8월 “한국의 창업 비전이 또 다른 영감을 줄 것”이라며 한국에 개최권을 줬다. 낮선 이방인들의 노력에 탄복한 것. GSW는 오는 23~25일 서울 강남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다.

전 세계 벤처사업가들을 설복시킨 이들은 바로 서울대벤처네트워크 회원인 양영석(20·17대 회장), 노석우(21), 조영일(21) 등이다. 1996년 만들어진 서울대벤처네트워크 초대 회장은 송병준(35·전기공학부 졸) 게임빌 대표이사다. ‘공신(공부의 신)’으로 잘 알려진 강성태씨(28·기계항공공학부 졸)도 이곳 출신이다.

서울대벤처네크워크는 매년 평균 2개 이상의 창업이 이뤄진다. 현재 3팀이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창업을 했다. 특히 ‘비올레타, 사랑해!’팀은 이름을 짓게 된 사연이 흥미롭다. 남성 팀원이 사랑했던 한 음대생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맡았던 역할 ‘비올레타’를 딴 것.

사업방식은 간단하다. 비올레타팀과 계약을 맺은 커피전문점에 가서 커피 값을 내고 편지를 남기면 당사자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연락이 간다. 이후 문자를 받은 사람이 매장에 와 커피와 편지를 찾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 전역 31곳의 커피점과 협약을 맺었다. 커피점에 판매하는 편지지 값이 수익의 전부다.

팀장인 김준호씨(24·법학과)는 “정성이 담긴 한 장의 편지가 사람들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사업의 동기”라며 “수익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가치 있는 일을 창조한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밖에 IT광고사업을 준비 중인 ‘인텔리애드’, 병뚜껑 생산전문 업체인 ‘유캡’도 있다. 물방울 형상을 본뜬 병마개를 만든다. 창업 동기는 ‘콜라를 따기 힘들어하는 여자친구를 위해서’이다. 유캡은 2008년 세계 3대 디자인 대회 중 하나인 미국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서울대벤처네트워크의 강점은 풍부한 인맥이다. 초대 회장인 송병준 대표의 게임빌과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에 합병된 이투스 등 창업에 성공한 선배들이 든든한 후원자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청년창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다. 동아리 현 회장 양씨는 “서울대하면 일반적으로 ‘고시 혹은 출세’로 상징되는 탓에 창업에 대한 열정을 치기정도로 치부하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도전하는 것이 벤처정신”이라며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창업을 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