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준, 주가 150% 올라 연초 790억 → 2000억 주식부자로


‘손바닥’ 게임 시장을 평정한 신흥 부자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확산으로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모바일 게임사 대표들의 몸값도 뛰었다. 게임 인기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면서 주식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시장엔 타 업계에 비해 젊은 경영진이 많다. 올해 떠오른 신흥 게임 부자도 30, 40대가 주류를 이룬다. 젊고 열정적인 그들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발판(플랫폼) 삼아 국내 시장을 접수한 뒤 빠른 속도로 미국·중국·동남아 등지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또 형제나 친구와 함께 회사를 키우기도 한다. 회사 경영과 게임 개발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차세대 게임 부자로 떠오른 송병준(38) 게임빌 대표가 가장 눈에 띈다. 11월 12일 기준 게임빌 주가가 연초 이후 150% 급등해 그의 주식 평가액(지분율 26.41%)은 약 2000억원에 이른다. 올 들어 1180억원이나 불어났다. 송 사장은 서울대 벤처창업동아리 초대 회장을 지냈다. 이때 모바일 게임을 접한 후 2000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게임빌을 세웠다. 10년 넘게 한 우물만 판 결과 국내에서 손꼽히는 모바일 게임 회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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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별이 되어라!’ ‘이사만루2014KBO’ 등 기존에 선보인 게임과 신규 게임이 두루 인기를 끌었다. 게임빌은 3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매출액(812억원)을 넘어선 10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700억원에 인수한 컴투스가 홈런을 쳤다. 당시 증권업계에선 한 해 매출과 맞먹는 인수 금액을 두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컴투스의 기업 가치를 알아본 송 대표의 판단이 정확했다. 올해 컴투스가 자체 개발한 ‘낚시의 신’과 ‘서머너즈워’가 잇따라 성공을 거뒀다.

 

서머너즈워는 지난 6월 게임빌과 공동으로 선보인 모바일 게임 플랫폼인 하이브를 통해 북미·중국 등 전 세계에서 2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컴투스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8% 증가한 46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409억원)은 같은 기간보다 3165%나 증가했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컴투스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초 이후 467% 올랐다. 요즘 송 대표는 미국과 일본·중국 현지 법인에 이어 동남아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세웠고 홍콩과 마카오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평소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알려진 개인사가 거의 없다.

국민게임 ‘애니팡’을 개발한 이정웅(33) 선데이토즈 대표도 올해 1000억원대 부자가 됐다. 그의 보유 주식 가치(지분율 20.15%)는 연초 275억원에서 1114억원으로 늘었다.

선데이토즈는 명지대 컴퓨터 공학과 동창생 셋이서 2009년에 창업했다. 이정웅 대표를 비롯해 임현수(32) 이사와 박찬석(34) 이사는 모두 2000년 입학 동기다. 대학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그들은 취직한 후에도 매주 일요일마다 모임 공간 ‘토즈’에서 만났다. 그래서 회사명이 선데이토즈(SUNDAYTOZ)다. 셋이 모여 오랜 궁리 끝에 개발한 게임이 애니팡이다. 모바일 게임인 애니팡은 2012년 7월 출시된 지 74일 만에 이용자가 2000만 명을 돌파했다. 당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약 3000만 명) 세 명 중 두 명이 애니팡을 했다는 의미다. 애니팡 성공에 힘입어 선데이토즈는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우회상장됐다. 연초엔 애니팡 후속작인 ‘애니팡2’를 선보였다. 미국 킹사의 ‘캔디크러시 사가’와 표절 시비를 겪었지만 흥행은 성공했다. 출시 직후 애플과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이 대표도 올해 해외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엔 글로벌 온라인 게임 회사 스마일게이트와 손을 잡았다. 스마일게이트는 창업주 3인의 지분 일부(약 666만 주)를 넘겨받으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 대표는 앞으로 스마일게이트와 협력해 중국·북미 등지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선데이토즈는 창업 멤버들의 역할 분담이 잘돼 있다. 이 대표가 전반적인 경영을 맡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구축 등 서버 관리에 강점을 지닌 임 이사가 회사의 기술 개발을 총괄한다. 내성적이고 세심한 성격의 박 이사는 위기관리총괄(CRO)을 맡았다. 박 이사와 임 이사의 지분 가치는 각각 214억원, 128억원이다.

게임 신흥 부자엔 지난달 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데브시스터즈 공동 창업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지훈(36) 공동 대표(지분 28.09%)는 상장하자마자 주식 가치가 1850억원으로 1000억원대 신흥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지분 6.09%를 보유한 김종흔(41) 공동 대표의 주식 평가액은 340억원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김 대표가 살림을 책임지고 시각디자이너 출신인 이 대표가 게임 총괄 디렉터를 맡았다. 사실 김 대표는 2005년 미국에서 벤처투자 평가사로 일하며 한국 게임사에 투자했다. 우연히 투자 건으로 이 대표를 만났고, 그의 게임 콘텐트에 푹 빠져 2011년에 합류했다.

이 대표의 마음을 빼앗은 콘텐트는 데브시스터즈를 세상에 알린 ‘쿠키런’이다. 공주 맛 쿠키, 근육 맛 쿠키 등 35개 종류의 쿠키가 오븐을 탈출하기 위해 달리기를 하는 모바일 게임이다. 국내는 물론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와 대만·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쪽은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손잡고 라인 쿠키런으로 서비스한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의 흥행을 바탕으로 지난달 코스닥에도 상장됐다. 공모가는 공모 희망가(4만3000~5만원)보다 높은 5만3000원에 책정됐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한 달 새 30%가 빠졌다. 게임 종류가 많지 않고 ‘쿠키런’ 하나에만 주력한 게 문제였다. 유안타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단일 게임에 의존성이 높다는 게 최대 리스크”라면서 “하지만 해외진출 확대와 지속적인 게임 업데이트를 통해 글로벌 매출이 늘어나 내년까지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데브시스터즈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늘어난 437억원이다.

드래곤플라이도 형제 경영으로 게임 부자가 됐다. 형인 박철우(50) 대표가 경영을 맡고, 동생 박철승(46) 부사장이 게임 개발을 총괄한다. 2000년 한솔PCS에 다니던 박철우 대표가 게임 개발에만 주력하고 싶다는 동생의 간곡한 요청으로 드래곤플라이에 합류했다. 현재 두 사람의 주식 가치는 박철우 대표가 355억원, 박철승 부사장이 283억원이다.

드래곤플라이는 ‘카르마온라인’ ‘스페셜포스’와 같은 1인칭 슈팅(FPS) 게임으로 유명한 게임 개발사다. 특히 스페셜포스는 누적 가입자 수가 1500만 명을 넘었고, 동남아 등지에서도 이용자가 많다. 최근엔 모바일 게임 ‘가속스캔들’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12일 기준 주가(9980원)는 연초 이후 82% 올랐다.

대표적인 여성 리더로 꼽히는 정영원(50) 소프트맥스 대표도 주식 가치가 연초 208억원에서 402억원으로 증가했다. 소프트맥스는 94년 창업한 회사로 중견 게임사다. ‘창세기전’ 시리즈와 ‘마그나카르타’ 같은 PC 패키지 게임 개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엔 모바일 게임인 이너월드 시리즈가 소프트맥스의 주요 수익원이 됐다.

[S BOX] 온라인 게임은 부진 … 김택진 엔씨 대표, 올해 2220억 증발

모바일 게임이 뜨면서 온라인 게임으로 부를 일군 IT 거물들의 주식 평가액은 쪼그라들었다. 대표적으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주식 평가액(지분율 9.9%)은 3216억원으로 연초 이후 2220억원이 증발했다. 올 초 25만원 선에 거래되던 주가가 14만7000원(10월 말 종가)까지 빠졌기 때문이다.

2000년 7월 상장한 이후 코스닥의 ‘황제주’로 불리다 2003년 코스피로 자리를 옮긴 엔씨소프트의 명성에 타격을 받았다. 지난달 29일엔 송병준 대표가 이끄는 쌍두마차(게임빌과 컴투스)의 시가총액 합계가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을 넘기도 했다.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분기 엔씨소프트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음에도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일부 주주들이 ‘김 대표 퇴진 카페’까지 개설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박관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의장 역시 부진한 실적으로 올해 마음고생을 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8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줄었고 영업 손실도 157억원에 이른다.

토러스투자증권 유승준 연구원은 “기존 인기 게임인 윈드러너 매출이 크게 감소한 데다 신규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고 말했다. 그나마 위메이드가 보유한 다음 카카오 지분 가치(4.13%)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박 의장의 지분 평가액(지분율 46.77%)은 약 2900억원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