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토양 된 창업 네트워크 중심


[기술기업의 산실을 찾아서] 서울대 창업동아리 'SNUSV'

서울대학교 학생 벤처 네트워크 ‘SNUSV’는 서울대의 유일한 창업 동아리다. SNUSV의 전신은 1996년 송병준 게임빌 대표를 비롯해 창업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힘을 합쳐 만든 ‘벤처 창업동아리’였다. 당시 서울대에서 창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삐딱선을 타는 일’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창업을 전면에 내세운 동아리는 창업에 관심을 가진 서울대생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2000년 벤처 창업동아리는 네트워크를 강조해 명칭을 SNUSV로 바꾸고 활동범위를 넓혀갔다. 창업에서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창업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한 방법으로 초기 멤버들의 제안에 따라 벤처창업 경진대회도 개최하기 시작했다. 창업에 관심 있는 이들을 모일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당시 창업을 독려하던 분위기였지만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민간에서 주최하는 창업대회는 없었다. 벤처창업 경진대회는 서울대생만을 대상으로 시작됐지만, 규모가 점점 커졌다. 2004년에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으면서 타 대학생도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고, 2007년에는 ‘대학민국 대학생 벤처창업 경진대회’로 이름을 바꾸고 규모를 더 키웠다.

SNUSV 회장 출신 조민희 프라이스톤스 대표는 “벤처창업 경진대회는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네이버, 엔씨소프트, 넥슨 등 1세대 창업가들이 대회 기간에 강연을 하는 등 창업의 경험을 공유하고 후배 창업가에게 도움을 줬다. 또 2004년부터는 MIT 초청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워크숍(GSW)에 SNUSV 회장단과 대회 전년도 우승팀이 참가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창업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조 대표는 “벤처창업 경진대회가 창업 교육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2000년 전후 시기에는 창업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없었다. 결국 선배, 성공한 창업가, 벤처캐피털 등과 만남을 통해 경험과 지식을 전수 받았다. 조 대표는 “벤처창업 경진대회는 학생들이 사업계획을 평가, 검증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였다”며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심사를 받으면서 창업에 대한 기본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정보 서비스 ‘로켓펀치’를 운영하고 있는 조 대표는 “현재 창업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이 벤처창업 경진대회 등을 통해 창업을 고민하고 경험하던 사람들”이라며 “벤처 암흑기에도 꾸준히 창업에 대한 열정을 이어간 것이 현재 창업 환경이 질적으로 좋아진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조 대표는 학생들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초대 대표였던 고(故) 홍국선 교수를 비롯해 여러 교수와 공학기술한림원 등 단체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년째 꾸준한 활동 이어져
SNUSV는 이제 다른 대학의 창업 동아리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배우러 오는 등 대학 창업의 중심이 됐다. 19년째 꾸준히 동아리를 운영하며 경험과 역량을 축적한 덕분이다. 지금은 과거보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과정을 공부하고 실제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아리 회원도 많이 늘었다. 장한 SNUSV 회장은 “신입생뿐만 아니라 고학번 학생이나 대학원생은 물론 졸업생도 동아리에 들어온다”며 “이미 창업 경험을 가진 사람이 창업 역량과 네트워킹 강화를 위해 들어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안혜린 SNUSV 부회장도 대학원생으로 창업 경험을 갖고 있지만 역량 강화를 위해 동아리에 들어왔다. 안 부회장은 “회사를 운영하듯이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SNUSV는 회원 선발은 물론 프로젝트 기획과 회의, 펀딩 등을 실제 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SNUSV의 모토는 ‘1년 안에 CEO로 만들어 드립니다’이다. 그만큼 압축적으로 창업 역량을 기르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다. 10만 원으로 일정 기간 동안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10만 원 프로젝트’,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 훈련, 컴퓨터 교육 등을 통해 기본 역량을 강화한다. 이후 관심 있는 분야를 골라 팀을 만들고 시장조사, 기업탐방, 동문기업 방문 등을 통해 실제 창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며 팀을 구성했던 회원들이 함께 창업하는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

김현교 SNUSV 부회장은 “프로그램이 IT에 치우쳐 있어 최근에는 제조업에 대해서도 알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NUSV는 내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한다. SNUSV는 오랜 기간만큼 창립부터 현재 활동 중인 동아리 회원까지 대략 400명이 되는 큰 조직이 됐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실제 창업을 했거나 창업 기업의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한 회장은 “한국의 스타트업 문화를 이끌어가는 구심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도강호 기자